하나의 앱에서 다 되는 게 신기해서 찾아본 적이 있다
은행 앱 하나를 켰는데 다른 은행 계좌 잔액이 뜨고, 카드사 앱을 켰는데 내가 가입한 보험 정보와 대출 잔액까지 한 화면에 정리되어 나오는 걸 처음 봤을 때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은행끼리 정보를 그냥 주고받을 리는 없으니 뭔가 제도적 장치가 있을 거라 짐작은 했는데, 찾아보니 이게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라는 서로 다른 두 제도가 겹쳐서 작동하는 결과였다. 두 단어가 늘 세트로 언급되다 보니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연결하는 대상 자체가 다르다. 이 차이를 정확히 짚어두면 앱에서 어떤 기능이 왜 되고 안 되는지, 어디까지가 내 동의로 통제되는 영역인지가 훨씬 명확해진다.
오픈뱅킹이 연결하는 것: 계좌와 계좌 사이의 실행 기능
오픈뱅킹부터 짚어보자. 오픈뱅킹은 핀테크 기업이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은행 등 참가기관의 금융서비스를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인프라이며, 오픈 API와 테스트베드로 구성된다. 여기서 핵심은 “표준화된 형태의 금융서비스 제공”이라는 부분이다. 오픈뱅킹은 정보를 그냥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회부터 이체까지 실제 거래 행위 자체를 표준화된 창구를 통해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인프라다.
실무적으로 표현하면, 오픈뱅킹은 모든 은행의 계좌를 불러와서 조회나 이체를 할 수 있는 은행 금융 서비스에 한정된 제도다. 즉 A은행 앱에서 B은행, C은행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그 계좌에서 바로 이체까지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오픈뱅킹의 역할이다. 한 블로그 글의 표현을 빌리면 오픈뱅킹은 간단히 말해 여러 은행 앱들을 연결하는 서비스였다. 여기서 “연결”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은행권 계좌이고, 연결의 결과물은 조회와 이체라는 실행 가능한 금융 행위다.
이 지점에서 오픈뱅킹의 성격이 명확해진다. 오픈뱅킹은 정보의 폭을 넓히는 제도라기보다, 은행 간 자금 이동의 창구를 표준화하고 하나로 묶는 제도다. 여러 은행을 오가며 각각 로그인해서 이체하던 번거로움을 없애고, 하나의 앱에서 모든 은행 계좌를 다루게 해주는 것이 원래 목적에 가깝다.
마이데이터가 연결하는 것: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 전반
마이데이터는 오픈뱅킹과 출발선이 다르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가 개인데이터에 대한 열람, 제공 범위, 접근 승인 등을 직접 결정함으로써 개인의 정보 활용 권한을 보장하고 데이터 주권을 확립하는 패러다임이다. 즉 마이데이터의 출발점은 “계좌 실행”이 아니라 “내 정보를 내가 통제한다”는 권리 개념이다.
연결 범위 면에서도 마이데이터는 오픈뱅킹보다 훨씬 넓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거래정보뿐만 아니라 주식, 펀드, 신용카드 사용내역, 통신비까지 한 번에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보다 넓다. 은행이라는 하나의 업권에 갇혀 있던 오픈뱅킹과 달리, 마이데이터는 각종 기관과 기업 등에 분산되어 있는 신용정보들을 한 번에 모아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보험, 카드, 대출, 통신, 최근에는 금융을 넘어 의료·교육 영역까지 이 연결의 대상이 확장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한 가지 실무적으로 중요한 차이가 더 있다. 예전에는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들이 스크래핑이라는 방식, 즉 사업자가 고객을 대신해 각 금융사 사이트에 접속해서 화면에 나온 정보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했는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 시행되며 이런 스크래핑 방식은 전면 금지되었다. 지금은 API 방식의 표준화된 정보 전송으로 대체되었다는 뜻인데, 이는 정보 제공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전환이었다.
“연결의 범위”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두 제도의 차이를 가장 압축적으로 정리한 설명이 있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사업의 차이점은 쉽게 ‘연결의 범위’에서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오픈뱅킹이 은행 업권 안에서의 계좌 연결과 실행에 한정된다면, 마이데이터는 업권을 가로질러 개인의 신용정보 전반을 모으는 구조다.
이걸 다르게 표현하면, 오픈뱅킹은 ‘자금이 움직이는 통로’를 표준화한 제도이고, 마이데이터는 ‘정보가 모이는 창’을 표준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은행 앱에서 다른 은행으로 이체할 때 작동하는 것이 오픈뱅킹이고, 그 앱에서 내 보험 가입 현황이나 카드 이용 내역, 대출 잔액까지 한눈에 보여준다면 그건 마이데이터가 함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앱 화면에서는 두 기능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구분이 잘 안 되지만, 이체 버튼을 눌러 실행되는 부분과 여러 업권의 잔액이 조회되는 부분을 나눠서 보면 그 경계가 보인다.
데이터 주권이라는 관점에서 본 근본적 차이
조금 더 근본적인 차이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오픈뱅킹은 금융사 간의 연결성은 강화했지만, 데이터의 통제권과 활용 방식은 금융사 중심으로 유지되는 구조였다. 즉 오픈뱅킹은 은행들이 서로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표준 창구를 만든 것이지, 개인이 자기 정보의 제공 여부를 세밀하게 통제하는 권리 자체를 새로 만든 제도는 아니었다.
반면 마이데이터는 금융 데이터의 주체를 기업에서 사용자로 이동시키는 개념으로, 오픈뱅킹이 금융사의 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하는 것이라면 마이데이터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 차이 때문에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할 때는 어떤 기관의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제공할지 항목별로 동의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고, 이 동의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오픈뱅킹이 “은행 간 창구를 하나로 합치는 인프라”라면, 마이데이터는 “내 정보의 이동을 내가 승인하는 권리 체계”에 가깝다는 점에서 제도의 철학 자체가 다르다.
최근에는 두 제도가 다시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정책 논의에서 두 제도가 점점 더 밀접하게 통합되는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오픈뱅킹이 금융데이터와 결합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확장되는 ‘오픈파이낸스’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오픈뱅킹 인프라의 기능을 확대해 더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조회부터 이체까지 완결성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마이데이터도 금융소비자들이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도록 금융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마이데이터 2.0 추진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될 예정이다.
전문가 논의에서도 우리나라가 2019년 오픈뱅킹, 2022년 마이데이터를 도입하며 오픈파이낸스 추진 여건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성숙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는 데이터 공유의 지속적 확대, 오픈뱅킹·마이데이터의 기능 강화, 정보주체인 금융소비자의 권리 강화라는 세 방향으로 균형 잡힌 오픈파이낸스 인프라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시되고 있다. 즉 지금까지는 “실행은 오픈뱅킹, 조회·통합은 마이데이터”로 역할이 나뉘어 있었다면, 앞으로는 두 인프라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면서 하나의 통합된 금융 데이터 인프라로 수렴해가는 방향이 예고되어 있는 셈이다.
정리하며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를 구분하는 가장 실용적인 기준은 ‘무엇을 연결하는가’다. 오픈뱅킹은 은행권 계좌를 표준화된 API로 연결해 조회와 이체라는 실행 기능을 하나의 창구로 모으는 인프라이고, 마이데이터는 은행을 넘어 카드·보험·대출·통신 등 업권을 가로지르는 개인 신용정보 전반을 개인의 동의 아래 통합해서 보여주는 정보 통합 체계다. 전자가 ‘자금 이동의 표준화’에 가깝다면 후자는 ‘정보 주권의 실현’에 더 가깝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내가 쓰는 금융 앱에서 어떤 화면이 어떤 제도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 동의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훨씬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두 제도가 앞으로 오픈파이낸스라는 이름으로 더 통합되어갈 예정인 만큼, 이 기본 구분을 알아두면 앞으로 나올 서비스들을 이해하는 데도 유용한 틀이 될 것이다.